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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2009.09.19] 감기, 우정. 2009/09/20 07:13 by

1.
회사에 감기가 한바탕 돌더니 가장 마지막으로 나한테 감기가 들었는데 이 감기 생각보다 심하다. 어제도 하루종일 코 훌쩍거리는거 말고 멀쩡하다가 밤되니까 두통과 열이 찾아오더니 오늘도 마찬가지. 아니 열은 취소. 조금 전에 열이 나는 것 같더니 지금은 또 이마가 서늘하다. 엄마가 괜히 신종플루 언급을 하셔서 일 없이 불안해져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영국에 도는 스와인플루는 약한 편이라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주일정도면 회복된다고 한다. 게다가 감기 출처가 노골적으로 회사가 되다보니 그다지 걱정이 되지도 않는다. 지금은 다들 멀쩡하고 나만 훌쩍거리고 있으니. 하지만 이렇게 감기가 심하게 든게 얼마만이던가; 최근 몇년 몸이 고생한건 대부분 위염이라던가 남들보다 좀 심한 생리통이라던가하는 그런 문제였지 감기가 심하게 든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걸려보니 흔한 감기라고 무시할게 못되더라;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서 잠만 자다가 월요일에 느즈막히 출근해야겠다. 집안일은 포기해야지;




2.
나는 어려서부터 남들이 공감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 골몰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렸을때는 사람들이 골치아프게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느냐는 듯한 느낌이었고, 커서는 내 생각을 말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적에 얼마나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친구를 원했는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예상치도 못하게 내 주변에 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누구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내 생각을 넌지시 상황설명만 했는데도 내 속을 들여다 본 것 처럼 바로 똑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가 있었고, 나 혼자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알고보니 나와 정확히 같은 입장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것을 지키고자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서로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친구도 중요하고, 진한 애정을 주고 받는 친구도 중요하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건 정말로 보물스러운 일이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남들이랑 약간씩 엊나가는 경우엔 더욱더 그 정확히 맞물리는 느낌이 보물스럽다.

지금 내 가까이에 친구가 많은 건 아니지만, 먼 거리에는 정말 좋은 친구가 여럿 있음을 느낀다. 나는 복받았다.




3.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건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인 일이다. 나는 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조금 밀고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상대방이 어색해할 틈을 주고 싶지 않아서이지만 사실은 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을 상대할 땐 내 정신이 제 정신이 아니다. 나름대로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헤어지고 나면 또 다시 소심모드. 내가 너무 밀어붙인건 아닐까? 혹시 나만 즐거웠던건 아닐까? 너무 나 하자던 대로 했던건 아닐까? 어렸을적과 비교하면 그 소심모드가 많이 약해지기는 했다. 어렸을적엔 스트레스 받아서 잠도 못잘 수준이었지만, 요즘엔 그냥 문득문득 아 그때 그렇게 했던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으려나? 아냐, 괜찮을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은 되니까. 여하튼 요점은. 오늘 브라이튼에 온지 얼마 안 된 아가씨를 만났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모든 감정들을 겪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4.
집단의 힘이란 것은 무섭다. 말의 힘이란 것도 무섭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로 해서는 안될 일이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를 생각해보지 않게 된다. 그 행동의 결과가 잘되거나 잘못된다고 해서 그 비난이 나에게만 돌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무의식중인 위안때문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악의 사람들'이었던가.... 하지만 이것이 정말로 무서운 것인게, 집단의 행동이 잘못 되었을 때 그 여파조차 큰데, 결국 한사람 한사람에게 전부 다 피해를 줄 수 있을만큼 여파가 크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폭이라는 느낌. 너죽고 나죽자. 이런 느낌...

Thoughts 추억 2009/09/19 08:51 by

예전에 맨 처음 우울증이 생겼다는 걸 알았을 때 엄마가 바로 영국으로 날라오셨었다.
그 시간 내내 영국에만 있는건 시간낭비라 생각하신건지,
아니면 내 우울함을 잊기에는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하신건지,
영국으로 오자마자 바로 급하게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그게 베네치아였다.

그때 항우울제를 막 먹기 시작해서 시도때도없이 잠들었었는데,
그 날도 여행하다가 한낮에 잠깐 숙소로 돌아와서 낮잠을 자다 일어났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침대에서 한참을 칭얼거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솔직히 이유가 있어서 기분이 안 좋은것도 아니고 해서 그런지 딱히 달랠 방법이 없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주셨다.
대부분 동요였는데, 희안하게도 어렸을 적에는 아무 의미 없이 들었던 노래들이,
멜로디가 우울하거나 가사가 우울하거나 둘다 우울하거나 여하튼 다 우울하더라.
오히려 그게 우스워서 칭얼거리면서도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제와서,
우울이랑은 상관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그 때를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목이 메인다.


Today 퇴근길 미소. 2009/09/19 03:22 by

지난 이틀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지가 않았다. 이 회사의 특이한 점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으로 가는 길이 날아갈듯이 기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에 남아서 떠나고 싶지 않은것도 아니라는 것이랄까나. 그날 하루 일과가 괜찮았으면 퇴근길에 미소를 지으면서 가뿐한 걸음걸이로 걷고, 그날 일과가 그냥 그렇거나 좋지 않았다면 집으로 가는 길도 힘겹다. 내가 사랑하는 집이지만 빨리 집으로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아니다. 예전에 인턴했을 땐 집에 가는 시간만 기다렸다는걸 생각하면 신기하지. 아직 3주째라 두고 볼 일이기는 하지만, 오늘도 집으로 퇴근길에 혼자 피식피식 웃으면서 집으로 왔다. 옆에서 보면 미친년이겠지만, 마음이 즐거운걸 어쩌라고. ㅋㅋㅋㅋ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불쌍하지.



다음주에 운 좋으면 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회사에서 나만 고양이 프로젝트 작업 중이고, 톰만이 내 작업과정을 확인하고, 나머지는 다 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말 괜찮다. 심플하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보기에도 듣기에도 편하면서 연령과 문화의 구애를 그다지 받지 않는달까나. 개인적으로 저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성공하지 않으면 그건 저 프로젝트가 모자란 탓이 전혀 아니라 위에 관리자들이 무능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톰이랑 맷이 만든 프레젠테이션 동영상도 엄청나게 잘 만들어졌는데다가 솔직히 말해서 이 회사에서 작업한 애니메이션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랄까나. -ㅂ-;

그러니까 내가 작업하지도 않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왜 주절주절거리냐하면, 운이 좋으면 다음주부터 나도 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오예!!!!!!!!!!!! 물론 데이빗이 고양이 프로젝트의 스크립트를 최종 스크립트가 아닌 이상한 놈으로 줬기 때문에 (그리고 내 첫날에 받은 스크립트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안되서 나는 그게 최종스크립트인 줄만 알았다) 다 해놓은 작업을 이제와서 다시 수정해야 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을 수정하고 클라이언트한테 피드백이 날라오는 사이에 시간이 며칠 빌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중인데 그때 톰이 나를 저 프로젝트에 끼워줄 생각을 하고 있댄다! 제발 피드백이여, 늦게 들어와라 ㅠㅠㅠ 아니면 한큐에 퍼펙이라고 외쳐주지 않겠니 ㅠㅠㅠㅠㅠ

맷이랑 일주일 일해본 결과, 맷은 역시나 편안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 맞다. 그러니까, 뭔가 존재감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편안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타입이라고 해야할까나. 소년스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어서 귀엽지만 여태까지 내가 만나본 20대 영국인 중에서 초면부터 대하기 편한 사람으로는 맷이 유일하다. 9월 30일이면 맷이 떠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톰이나 로리도 편한 축에 속하지만, 그 둘의 유머감각은 조금 공감하기가 힘들고 대화가 가끔씩 엇나가는데 맷이랑 하는 대화는 부담스럽지가 않다. 한편으로는 4년씩이나 영국에 살았으면서 영국인과의 대화가 부담스럽다니 좌절스럽기도 하다.;;; 위안이 되는건지 아닌지 여하튼 부담스러운 부분은 대부분 영어가 아니라 문화적인 문제랄까나; '무엇에 대해서' 말하는건지 모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걸지도 모르겠다.; 티비를 안봐서 그래 ㅠㅠ;;;;;;;;;

여하튼, Blinklife여~! 기다려라, 다음주에 내가 간다!!!!!!!!!!!!!!!!!!!!!!!!!!!!!!!!


덧. 어제 회사 점심시간에 나도 도시락을 안 싸가고 전부다 써브웨이를 먹겠다고 해서 다같이 사와서 사무실에서 식사를 했는데 (우리 사무실은 누군가 한명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해서 전부 다 동시에 식사를 하러 가지는 못한다) 너무나 황당하게도,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왔더니 다들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서 각자 자기 모니터 보고 식사를 하더라. 우리나라랑은 너무 문화가 달라!!! 학교 다닐때는 그래도 적당히 모여서 식사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뭐니 ㅠㅠ;;; 그래서 간식때는 내가 같이 모여앉아서 수다떨면서 간식하자고 하니까 톰이 남 먹는 얼굴 봐서 뭐하냐고 하더라. 이건 정말 뒤늦은 컬처쇼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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