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잠깐 미쳐야 할 수 있는거야.
결혼할 때 이 남자다!하는 확신은 어떻게 갖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이다. 여자든 남자든, 결혼은 잠깐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 남자와 한 집에서 평생 화목하게 살 수 있을까?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대머리 배불뚝이가 되어버려서 나를 가정부취급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그리고 결혼을 함으로써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것일 것이다.
"과연 이 사람은 평생 나 혼자만을 사랑 해 줄 수 있고 나는 평생 이 사람만을 사랑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하나 둘 의심하기 시작하면 결혼은 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의심을 하는게 당연하다는 것. 이런 의심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에게도 한가득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 언니의 아무 생각없이 던지듯이 해 준 대답이 마음에 콕 박혀버렸다. 결혼은 잠깐 미쳐야 하는 것이라고...

앨리맥빌 시즌1의 Siver Bell편을 보면, 3인 결혼을 원하는 커플이 나타난다. 이 커플은 여자 둘에 남자 하나라는 것이 특이한 점. 원래 부부사이였던 사람들 사이에 한 사람을 더 끼우려는 것인데 원래 부인이었던 사람이 말하기를 처음에는 굉장히 슬펐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남자가 바람피기 시작할 무렵부터 남편과 자신의 사이가 더욱 좋아졌다고 한다. 그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너무 슬펐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가 그렇게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욕구가 누군가를 통해 충족되었을 때,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더욱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얻는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인간관계에서 독점적인 관계는 독이다. 한 사람이 원하는 만큼의 사랑과 애정과 관심을 단 한사람이 채워주는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애를 하더라도 친구관계란 중요한 것이다. 나의 애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자신의 욕구를 친구들이 채워줌으로써 해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그 욕구를 애인에게 전부 떠넘기게 되면 상대편은 그 부담을 이기지 못해 더 큰 관심을 쏟아주기는 커녕 점점 더 마음을 닫고 도망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결혼, 일부일처제는 법적으로 이 독을 주입하는 것이다. 당신은 나만 사랑해야되고 나는 당신만 사랑해야 된다는 독을 법적으로 주입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들어올 자리를 하나하나씩 쳐낸다. 주로, 남녀간의 우정이라는 것을, 그게 실제로 존재하느냐 마느냐는 잠시 잊기로 하고, 거의 대부분 쳐내게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동성간의 우정에서 채워지지 않는 남녀간의 우정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은? 성적 자신감이 아닐까? 내가 매력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 이것이 성적인 관심이든 호의이든 상관없이 이성이 나에게 호감을 갖을 수 있다는 자신감. 정말 단 한사람이 그 자신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필요로 하는 호감을 다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외도는 그 자신감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의 본능이 어쩌고 그런 것보다 오히려 이쪽에 비중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남자가 여자보다 더 외도가 잦은 이유를 찾자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자신의 남성성에 민감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남자의 호모에 대한 반감이 여자의 레즈에 대한 반감보다 더 큰 것이랑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나, 아니면 남녀 모두에게 공평하자는 취지에서 다부다처제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아닌게 내가 갖고 있는 딜레마다.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혼인제도를 보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것은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접했던 모쑤어족의 혼인제도이다.
중국의 남쪽의 루구후 호수변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모쑤어 족은 굉장히 특이한 혼인제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주혼이라고 그러는데, 남자들은 장가를 가지 않고, 여자들은 시집을 가지 않는, 혼인이 없는 혼인제도이다. 18세가 되면 남녀의 성관계는 부모에게는 비밀로 하되, 자유롭게 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남자는 공식적으로 대낮에도 여자의 집을 방문할 수 있게 되고, 아이는 여자의 가족이 키운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아기가 생긴다고 특별히 남자가 양육의 책임을 지거나 돈을 나누지 않는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간단하게 아이는 여자의 가족이 책임을 지고 키운다. 아마 삼촌뻘 되는 사람이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 같다.
이런 혼인 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랑같은게 없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자라온 가정에서 자라면서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누군가에 대한 사랑이 유지되고 있지 않는데 아이때문에 참을 필요도 없고, 아이는 부모의 이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여자들은 남자의 재력을 위해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내 조건을 사랑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심할 필요도 없는게 아닐까? 이 경우에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의 꿈이 달콤하기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런 꿈은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여기서 정말 웃긴것은, 내가 모쑤어족처럼 살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라온 배경이란건 역시 버릴 수 없는 것인지 나도 내 가정을 떠올리면 일부일처제일 수 밖에 없고, 내 오빠가 아닌 내 남편이 아이를 업는 모습을 상상한다. 내 남편이 바람을 피울지도 모르고 나를 가정부취급밖에 안할지도 모른다는 그 모든 불안감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아침마다 남편에게 모닝키스를 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일부일처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건 뭔가?
앨리 맥빌에서도 보면 꼭 3인 결혼이 허가될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된다. 보다보면 나 또한 이 결혼이 허가되기를 바라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서 흠칫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결혼은 허가받지 못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 역시 무언가 더욱 이상적인 결혼제도를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나에게 법봉을 쥐어주면 결국 같은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일부일처제의 그 모든 모순에도 불구하고, 내 배우자와 나와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로 이루고자한다면, 일단 그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결혼은 커녕 연애도 안하는 처녀가 뭐 이런 포스팅을 쓰고 있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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